[모브사이코/에쿠레이] 인생은 비터스윗 1
* 전연령가로 공개했으나, 포스타입 정책으로 인해 Chapter1이 블라인드를 당해 티스토리에 공개합니다.
* 나머지 챕터는 포스타입 (https://life-is-bs.postype.com/)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CHAPTER 1
소매치기야! 여자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어두운 밤 뒷골목을 가득 채운다. 여자의 외침에 핸드백을 낚아채 달아나던 남자는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정말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것일까. 정육점 마냥 선홍빛 붉은 조명 아래 한물 간 아가씨들이 투명한 창 앞에 마네킹 처럼 서있는 이 골목에서 여자의 외침은 도움은커녕 주목조차 받을 수 없었다.
여자의 비명을 뒤로한 채 골목을 벗어나 큰 도로로 빠져나온 남자는 가쁘게 내쉬던 숨을 정리했다. 도로는 선홍빛의 골목과는 전혀 다른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메리-크리스마스- 모두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눈이 아플 정도로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낯간지러울 정도로 행복과 설렘을 노래하는 캐럴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었다. 남자는 행복에 가득 찬 인파 속에 몸을 숨겨 방금 한 건한 금액을 확인해 보았다.
“젠장, 카드밖에 없잖아.”
카드밖에 들어있지 않는 지갑을 남자가 짜증을 내며 내던졌다. 소매치기나 하는 좀도둑에게 카드는 전혀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지갑이라도 팔아볼까 생각했지만 그나마도 그리 값이 되어보이지도 않았다. 오늘 같은 날이 추운 날에 술 취한 아저씨들 바지 주머니를 뒤지고 싶진 않았는데. 메리 크리스마스는 씨발 얼어 죽을. 남자가 추위에 빨개진 볼을 양 손으로 녹이며 욕을 중얼거린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거라며 여기저기서 기뻐했지만 남자에게는 그저 춥고 재수 없는 날일뿐이었다.
인생은
비터스윗
w.쟌이
남자의 이름은 레이겐 아라타카. 아라타카의 인생은 박복하다 못해 구질구질 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모친은 눈이 펑펑 내리던 크리스마스이브 날 쓰레기를 모아두는 전봇대 밑에 정말 쓰레기를 버리듯 아라타카를 두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크리스마스 날에도 열심히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되어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곳에서 아라타카는 거짓말을 하는 법을 배웠다. ‘우린 행복해요. 모두의 사랑만 있다면 아무 문제없어요.’ 보육원의 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말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구걸하며 행복을 거짓말 하는 법을 가르쳤다.
좋은 집으로 입양 가려면 착한아이가 되어야 한단다.
어른들 말도 잘 들어야 하고.
슬픈 표정을 지어서도 안 돼.
이렇다 보니 대부분 시설 아이들의 목표는 입양을 가는 거였다. 아라타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움 받는 아이가 되지 않기 위해 모두의 눈치를 보며 방싯방싯 웃어 보였지만 한 번도 행복이란 것을 느껴 본 적도 없었기에 아라타카는 행복을 연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덟 살이 되는 해 아라타카는 어느 부부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해 하는 날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고아의 인생이 어찌 행복 할 수 있을까.
‘이래서 딸을 입양하자고 했잖아.’
‘이렇게 될 줄 누군들 알았어?’
사실 남자아이의 입양은 흔치 않았다. 많은 불임부부들은 입양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에 남자아이보다 주로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혹시 기적이 일어나서 자신의 핏줄을 이어줄 아들이 생길까봐. 그리고 그 기적이 아라타카의 양부모에게 일어났다. 물론 그들에게만 기적이었지만 말이다.
진짜 핏줄이 생긴 그들은 아라타카를 돌보지 않았다. 차라리 파양이라도 했으면 나았을까 싶지만 아쉽게도 아라타카는 백화점에서 파는 장난감이 아니었기에, 쉽게 반품 할 수 없었다. 아라타카는 반품 대신 방치 되었다. 착한 아이처럼 굴면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사랑을 받으면 행복해 질 수 있다던 보육원의 교육은 다 거짓이었다.
열 살이 되던 해. 아라타카는 양부모 몰래 집을 나섰다. 엄마아빠가 날 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정말 기대일 뿐이었다. 만 하루도 안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양부모는 더 이상 아라타카의 부모가 아니었다. 제품의 작은 결함을 문제 삼아 반품을 신청하는 블랙컨슈머들처럼 그렇게 아라타카는 사회에서 반품 되었다.
보육원에선 열 살의 아라타카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라타카 역시 행복하지 않는데 행복을 강요하는 보육원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너도 엄마아빠가 없니? 나도 없어.
맛있지? 나랑 놀면 이런 거 잔뜩 먹을 수 있어.
같이 갈래?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추위를 피해 무작정 지하철 역 안에 몸을 숨기고 있을 때, 아라타카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애가 아라카타에게 초콜릿 몇 개를 건네며 말했다. 인생에 몇 없을 달콤함에 아라타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박복하다 못해 구질구질한 구정물 인생이 시작되었다.
열 살의 아라타카가 지하철역에서 또래 친구를 따라 간 곳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작은 좀도둑 집단이었다. 그곳에서 아라타카는 살아남기 위해서 남의 주머니에서 티 나지 않게 지갑을 빼내는 법이나 다른 사람에게 동정을 사는 법을 익혔다.
하루 일당을 채우지 못 하면 벌을 받았다. 벌은 보스가 내렸는데, 보스의 기분에 따라 그 벌은 폭력이 되거나 며칠 동안 밥을 굶는 것이 되었다. 보스는 고작 아라타카 보다 다섯 살 더 많은 소년이었지만 어린 아라타카에게 보스는 엄청난 어른이었다. 보스의 본명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저 보스 자신이 보스라 불리길 바랐기에 모두들 보스라 부를 뿐이었다.하루 일당이라는 것은 구걸을 하거나 소매치기를 해서 버는 일당을 뜻했다.
사실 이미 보육원에서 행복을 연기해 본 아라타카는 도둑질이나 소매치기 보다 세치 혀를 놀려 사기를 치는 것에 더 능했는데 그 능력을 보스는 무척 좋아했다.
“레이겐. 보스가 불러.”
“바쁘다고 해.”
“그러기엔 엄청 화나 보였어.”
우물쭈물 거리며 아라타카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아이를 보며 아라타카가 한숨을 쉬면서도 결국 보스가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자신이 가지 않으면 아마 이 아이가 보스에게 벌을 받을 것이다. 보스가 기분이 나쁠 때마다 달래는 건 늘 아라타카의 역할이었다. 전혀 예쁘장한 얼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스는 아라타카를 찾았다.
“마나미가 도망갔어.”
보스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문앞에 서 잠시 마나미가 누구지? 생각하던 아라타카는 보스가 요즘 만나던 홍등가의 여자란 것을 기억 해내고선 ‘저런.’ 하고 안타까운 척을 해보였다. 옆으로 오라는 신호로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친 보스의 옆자리에 가자 보스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마나미에 대한 욕을 하면서 아라타카의 엉덩이를 주물거렸다.
“보스. 난 여자가 아니야.”
“알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보스의 손은 아라타카의 엉덩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보스가 자신을 찾기 시작한 것이. 아라타카는 처음엔 이 기분 나쁜 손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었지만 열여덟이 된 지금은 이것이 명백한 성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다만 모르는 척 할 뿐이지.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아아. 박복한 인생의 레이겐 아라타카여. 결국 아라타카는 자신을 강간하려는 보스를 죽이고 마는데, 고작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였다. 흉측한 성기를 자신에게 들이미는 보스를 밀쳤을 뿐인데 재수없게도 보스는 책상 모서리에 머리가 찍혀 죽고 말았다. 누가 크리스마스를 행복의 날이라 했는가. 그 날 역시 모두가 축복을 비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정당방위였어요. 그 새끼가 절 강간하려고 했다고요.
경찰이 들이닥치고 연행 되는 순간에 아라타카는 몇 번이고 소리쳤지만 좀도둑질이나 하고 다니는 고아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 아직 성인이 아니고 고의성이 다분하지 않아 살인이란 죄에 비해 아주 가벼운 5년 형을 선고 받았다. 그렇게 아라타카는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교도소 생활은 무척이나 끝내줬다. 국가에서는 범죄자들에게 삼시 세끼의 밥도 줬고 따듯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 겨울에 얼어 죽을 일은 없는 보금자리까지 제공해줬다. 생각지 못한 행운에 아라타카는 처음 이틀 간은 교도소 생활을 기대하기도 했더랬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이곳에는 보스 같은 새끼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라타카는 감옥에 온 첫 날, 자신과 함께 이곳에 들어온 왜소한 남자를 기억한다. 그와 딱히 친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입소한 날이 같아서 그런지 아라타카는 남자와 같이 다녔다. 그러나 이곳은 힘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었다. 왜소한 남자는 얼마 있지 않아 모두의 타겟이 되었다.
아라타카는 왜소한 남자와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던 중이었다. 그는 삐쩍 마른 체형에 알맞게 밥알 하나하나를 젓가락으로 깨작거리고 있었다.
어이, 신참. 이따 나 좀 보자고.
큰 그림자가 머리 위로 지는 듯 싶더니 딱 보기에도 질이 안 좋아 보이는 덩치 하나가 두 사람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밖에선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위압감과 공포감에 아라타카는 식판에 코를 박고 얼굴을 들지 못 했지만 녀석이 말하는 ‘신참’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남자란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다리 밑에서 뜨겁고 축축한 것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아라타카는 오줌을 질질 흘리며 겁에 질린 남자를 보며 걱정보다는 험악한 덩치 녀석이 부른 것이 자신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라타카는 그 날 같이 다닐 친구 하나를 잃었다. 남자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덜덜 떨면서도 항문 성교를 강요하는 녀석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화가 난 덩치는 그를 곤죽이 되도록 폭행했고, 정신을 차리지 못 할 정도로 맞은 그는 영영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너무나 슬픈 얘기였으나 아라타카는 슬퍼 할 겨를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타겟은 자신이었다.
다행히 아라타카는 똑똑했다. 죽은 녀석처럼 반항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보스가 높이 샀었던 자신의 언변을 적극 펼쳤다. 자신의 엉덩이를 노리고 있긴 하지만 그곳에 있는 자들이 호모는 아니었기에 아라타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거부감을 이용했다. 그들은 아라타카의 엉덩이를 노리면서도 호모라는 말을 제일 싫어했다.
삽입은 하지 않을 거야. 호모처럼 굴지 말자구.
그래도 빨아는 줄게.
멍청하고 자기 성욕만 채우면 그만인 덩치들은 아라타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같은 남자의 것을 빤다는 것은 매우 역겹고 구역질나는 일이었지만 엉덩이가 뚫리는 것보단 나았고 무엇보다 아라타카는 살고 싶었다. 감옥에 온 지 삼일 만에 피에 곤죽이 되어 죽어 나간 그 남자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엿 같은 인생이지만 엉덩이가 뚫린 채 생을 마감하는 건 싫었다. 어찌 되었든 아라타카는 자기 나름대로 박복한 삶을 연명해 가고 있었다.
틈 날 때마다 남자들의 좆을 빠는 것을 제외한다면 감옥에서의 아라타카의 생활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평화로웠다. 적어도 편의점 라면을 먹기 위해 남의 돈을 훔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아라타카의 인생의 평화로운 시기는 오래가지 못 했다.
“네가 여기 새색시라며?”
세탁실에서 수감자들의 옷을 개는 일을 하던 중이던 아라타카가 비아냥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처음 보는 남자다. 아라타카보다 한 뼘 정도 큰 키에 우락부락 하지는 않지만 꽤나 다부진 체격의 남자는 아라타카를 향해 비죽이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색시는 이곳에서 남자들의 성욕을 처리해 주는 이를 놀리는 말이었다. 괜한 도발에 넘어가면 피해보는 건 자신이라는 걸 아는 아라타카는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남자는 아라타카의 침묵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계속해 입을 놀렸다. 남자가 지껄이는 말의 대부분은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지에 대한 자랑이 8할이었다. 웃기는 작자였다.
“빅이 그러던데. 엄청나게 잘 빠는 선생이 있다고.”
“…….”
“그게 너 맞지?”
남자의 말을 줄곧 무시하던 아라타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빅은 아라타카의 감방 메이트를 골로 보낸 덩치의 별명이었다. 여기선 웬만하면 서로의 본명을 부르지 않았다. 레이겐 아라타카의 별명은 ‘선생’이었다. 사람 하나 죽인 것 치고는 반듯한 모습에 그런 별명이 붙고 말았다. 그닥 마음에 드는 별명은 아니었지만 아라타카는 ‘선생’이 ‘색시’ 보다는 훨씬 나은 별명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나도 잘 부탁해. 선생.”
아라타카가 다 갠 빨래를 들고 나가려고 하자 남자가 일부러 아라타카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며 능글맞게 말했다.
아라타카는 후에 그 남자가 이번에 새로 입소한 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얼굴 양 옆에 깊숙이 패이는 보조개 덕에 남자의 별명은 ‘에쿠보’가 되었는데, 기집애 같은 그 별명은 어딜 봐도 남자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라타카는 생각했다.
“그 바나나보다 더 맛있는 바나나를 먹여 줄 수 있는데.”
아무래도 에쿠보의 낙은 아라타카를 희롱하는 데 있는 거 같았다. 에쿠보는 처음 만난 이후부터 끊임없이 아라타카를 희롱하고 놀려댔다. 그러면서도 아직 한 번도 아라타카에게 펠라를 요구하지 않았다.
음, 그래. 에쿠보는 좀 많이 이상한 새끼였다.
“그래, 오늘도 잘 빨아 보라고.”
“잠깐, 잠깐만. 빅.”
저녁 식사 후 아라타카를 화장실 탕비실로 불러낸 빅이 다짜고짜 아라타카의 얼굴에 성기를 비벼댄다. 어디서 몰래 술이라도 구해 마셨는지 빅의 얼굴이 얼큰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더 흥분한 빅이 막무가내로 구는 바람에 아라타카는 조금 당황해 버렸다.
“잠깐만, 해줄 테니까. 진정 좀. 우으윽”
“하아. 선생. 선생 내 전용 색시 할래?”
기어이 빅이 자신의 성기를 아라타카 입에 욱여넣는다. 쿱쿱하고 역겨운 냄새가 훅 하고 끼쳐오자 아라타카는 토기를 느꼈다. 몇 번이고 물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의 몸이 붕 떠 날아 갈 것이 분명했다. 욱욱 거리며 빅의 성기를 겨우 삼키는데 오늘 뭔가 빅의 상태가 이상했다.
“선생. 매번 이렇게 입에다가만 좆질 하는 거 아쉽지 않아?”
“우욱. 욱.”
“난 슬슬 다른 구멍이 필요한데 말이야….”
아라타카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필사적으로 지켜온 엉덩이가 위험하단 것을 알아챘다. 싫어, 싫어 빅. 싫기는. 여태껏 내 좆을 맛있다는 표정으로 빨았잖아. 빅은 아라타카의 얘기를 귓등으로 듣지도 않았다. 아라타카가 계속 버둥거리자 빅이 아라타카의 어깨를 짓누르고 위에 올라타자 그 무게감이 실로 엄청났다. 너 호모야?! 아라타카가 한 번 더 소리를 지르자 이번엔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아라타카의 얼굴이 돌아갔다. 뺨을 맞은 것이다.
“씨발. 어디서 그 더러운 새끼들이랑 비교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빅은 아라타카가 얼어붙은 틈을 타 그대로 아라타카의 바지를 내렸다. 아라타카의 몸이 공포감에 덜덜덜 떨려왔다.
죽을 거야. 죽을 거야.
나도 그 남자처럼 얼굴이 죄다 터져, 피곤죽이 되어 죽을 거야.
너무 무서워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반항 하는 것마저 할 수 없게 된 뻣뻣한 아라타카의 다리를 빅이 양옆으로 가르며 입맛을 다셨다.
“스읍. 그 동안 여기에 박고 싶은 걸 많이 참았다고.”
빅의 좆대가리가 엉덩이 골을 비벼대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라타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두 눈을 질끈 감는 것뿐이었다.
“눈 떠 선생.”
아라타카가 인상을 구긴 채 눈을 감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빅이 반대편 뺨을 내리쳤다. 아라타카는 눈을 떠 우악스러운 빅의 얼굴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싫어. 죽기 싫어.
그 때 아라타카는 빅의 뒤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에쿠보였다. 아라타카에게 열중한 빅은 에쿠보의 존재를 모르는지 아라타카의 사타구니에 코를 박고 헉헉 거릴 뿐이었다.
에쿠보는 무슨 재밌는 티비 쇼라도 보는지 팔짱을 끼고서 이 강간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라타카가 잔뜩 젖은 얼굴로 에쿠보를 쳐다봤지만 에쿠보는 어깨만 으쓱 해 보일 뿐이었다.
그 순간 빅의 성기가 구멍 입구를 찢고 들어오려는 게 느껴졌다. 아라타카는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짜내 몸을 들썩였다.
“헉헉. 가만 있어. 샹년아.”
“살려…살려줘!”
그 순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빅의 커다란 몸이 아라타카의 몸을 짓눌렀다. 아라타카는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빅의 머리에선 흥건하고 뜨거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조 신호는 진작 보냈어야지. 난 또 즐기고 있는 건 줄 알았네.”
“…흐윽.”
“아, 미안. 설마 내가 방해 한 거야?”
에쿠보가 피 묻은 작업용 스패너를 들고서 씨익 웃으며 말한다. 사람 머리를 내리치고서 능글맞게 구는 그의 모습에 아라타카의 팔뚝에 작은 소름이 돋았다. 그제야 아라타카는 깨달았다.
이 녀석은 이상한 놈이 아니라 미친 새끼라는 걸.
며칠가지 않아 감방마다 누군가가 빅의 머리를 터트려 놨다는 소식이 퍼졌다. ‘교관이 그랬다.’, ‘빅이 야쿠자를 잘못 건들였다’ 등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지만 다행히 ‘선생이 빅에게 강간당할 뻔했다.’라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스패너로 뒤통수가 후려쳐진 빅은 바닥에 웅덩이가 고일 정도로 피를 흘렸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저 머리를 수십 바늘 꿰매고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게 끝이었다. 그러나 쪽이라도 팔리는 건지 그 후로 빅은 아라타카를 따로 불러내지 않았다.
사내새끼의 거무죽죽한 거시기를 빨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잠시. 아라타카는 에쿠보에게 빚진 이 상황에 다시 불안에 떨었다. 인생을 살면서 대가 없는 호의란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에쿠보란 저 녀석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라타카가 에쿠보에 대해 아는 거라곤 양 볼에 깊이 패인 보조개. 그 덕분에 붙여진 기집애 같은 별명밖에 없었다. 무슨 죄로 이곳에 들어 왔으며, 사회에서 어떤 짓을 하고 다녔던 자인지 아는 바가 없었다. 그건 다른 수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에쿠보는 눈에 띄는 자는 아니었다. 에쿠보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몫의 일을 남에게 미루기나 하는 뺀질거리는 자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아라타카도 마찬가지였고.
괜찮아 이 정도로 뒈지지 않아. 사람 그렇게 쉽게 안 죽는다?
저 덩치를 뒤지게 하려면 적어도 머리통을 터트려야 할 걸?
얼굴에 빅의 피로 칠갑을 한 채 이를 딱딱 거리며 떨어대는 아라타카를 보며 에쿠보는 킬킬 웃으며 말했었다. 그제 서야 아라타카는 이 녀석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웃는 낯짝으로 사람 머리를 갈기던 녀석이 평범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백마 탄 왕자님 같았어? 그래서 반했어?
…미친 새끼. 아라타카가 중얼거리자 에쿠보가 또 한 번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에쿠보가 웃을 때마다 입 꼬리가 올라가면서 양 볼에 깊숙이 파인 보조개가 더욱 더 들어난다. 그 모습이 에쿠보를 좀 더 미친놈처럼 보이게 한다고 아라타카는 생각했다.
“요새 엉덩이가 심심해져서 어떡해? 빅은 이제 선생한테 관심 없잖아.”
“꺼져.”
재소자들에게 단순노동으로 주어진 곰 인형에 눈알을 붙이는 일을 하던 아라타카가 자신의 엉덩이를 쓰다듬는 남자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뗀다. 빅이 아라타카에게 관심을 끄면서 이런 식으로 치근덕대는 자들이 늘었다. 밖에 가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남자 엉덩이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아라타카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알고 있어. 사실 빅한테 한 번도 대준 적 없다며?”
남자의 말에 아라타카는 인형 눈알대신 남자의 눈알을 뽑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다는 나한테 떼는 게 어때? 내가 사실 죽여주거든.”
“뭐? 죽여준다고? 어디 한 번 보자.”
“넌 뭐야, 아악!”
어디서 보고 있었는지 불쑥 대화에 끼어든 에쿠보가 남자의 사타구니 사이를 움켜잡았다.
“에게? 이걸로?”
“노, 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게 아라타카를 희롱하던 남자의 얼굴이 에쿠보의 비아냥에 붉으락푸르락 거린다. 에쿠보가 남자의 고환을 힘주어 잡자 남자의 입에서 악! 하는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보초를 서고 있던 교도관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거기 뭐 하는 거야! 모여 있지 말고 흩어져!”
“네- 네-”
에쿠보가 움켜잡았던 것을 놓자 남자가 씩씩 거리며 원래 제 자리로 돌아갔다. 아라타카가 벙찐 표정으로 에쿠보를 쳐다보자 에쿠보가 한쪽 눈을 찡긋이며 입을 뻥긋 거린다.
왜? 새삼 반했어?
왜 계속 저 타령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두 번이나 에쿠보의 도움을 받아버린 아라타카는 에쿠보가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너-무-나.
오후의 일이 끝나고 아라타카는 성경을 읽고 있었다. 신의 유무 따위에는 관심 없고 신앙이란 것이 뭔지도 몰랐지만 노역을 끝내고 저녁 식사까지 무료한 시간을 떼우기 위함이었다. 그런 아라타카에게 성경은 판타지 소설이나 다름 없었다.
“뭐야. 선생 크리스챤?”
얼굴 옆에서 훅 들어오는 소리에 아라타카가 화들짝 놀라며 읽고 있던 성경 책장을 덮었다. 에쿠보였다.
“별명인줄만 알았는데 정말 선생, 선생이었어?”
그럴 리가 없는 거 알면서도 에쿠보가 아라타카를 놀리자 아라타카가 인상을 찌푸린다.
“나라면 성인 잡지 한 권이라도 더 읽겠어.”
“그럼 가서 쳐 읽어. 여기서 귀찮게 하지 말고.”
“싫은데.”
어린 애들 말싸움 같은 대답에 아라타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에쿠보가 꺼지지 않으면 자신이 대신 꺼질 생각이었다. 그러나 에쿠보가 아라타카의 팔뚝 깨를 잡고 다시 자리에 앉히는 바람에 아라타카는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성인잡지 보다 선생이랑 노는 게 더 재밌어.”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꺼지라고!”
“하하하하”
뭐가 그리 웃긴지 에쿠보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다. 아라타카는 어이가 없어 하! 하고 헛웃음을 쳤다.
그렇게 1분 가까이 박장대소를 하던 에쿠보가 갑자기 뚝. 하고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서 아라타카의 눈을 지그시 응시한다. 진짜로 미친 놈 같은 행동에 아라타카의 팔뚝에 작은 소름이 돋아났다.
“너 정말 재밌어.”
“…….”
“선생. 진짜 내 색시 할래?”
아라타카의 목 뒤로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린다. 에쿠보의 말은 한 마디로 빅의 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라타카는 이렇게 될 줄 어림짐작 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대가 없는 호의란 없으니까. 그래도 사내새끼에게 엉덩이를 대주고 싶진 않았다. 만약 거절한다면 빅의 머리를 후려갈긴 것처럼 내 머리를 웃으며 아작 낼까. 아라타카가 앞니로 애꿎은 입술 안쪽만 잘근잘근 깨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에쿠보는 별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싫음 말고.”
“뭐?”
“나 싫단 사람한테 구질구질하게 구는 타입은 아니라서 말이야.”
에쿠보가 아라타카가 읽던 성경책의 뭉퉁한 모서리 부분을 손가락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반할 준비나 하고 있어.”
자리에서 일어난 에쿠보가 아라타카에게 성경을 건네주며 감방을 나간다. 자신이 지금 어떤 얘기를 들은 것인지 잠깐 머리에서 정리한 아라타카가 당황한 투로 중얼거렸다.
호모야…. 진짜 호모에게 걸려 버렸어…
그것도 존나게 미친 호모새끼한테.
살면서 딱 한 번 케이크를 먹어 본 적이 있다. 입양을 갔던 첫 날, 양부모가 근사한 저녁상을 차려줬었다. 새하얀 생크림 위에 딸기가 얹어져 있는 케이크였는데, 아라타카는 케이크를 한 입 먹는 순간 세상에 이것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이제 우리 한 가족이 된 거야.
황홀한 표정으로 케이크를 먹는 아라타카를 보며 양어머니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라타카는 그 목소리가 마냥 따듯하게 느껴졌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한 케이크와 상냥한 양부모님은 보육원에서 늘 행복을 연기하기만 했던 열 살의 아라타카에게 난생 처음 행복이란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만약 그들이 나를 반품하지 않았다면 계속 그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까? 남의 지갑을 훔치고, 거짓말을 해서 벌은 돈으로 식어빠진 레토르트 음식을 먹으며 살던 아라타카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고.
아라타카가 수감생활을 한지 벌써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눈이 펑펑 내려 삽을 들고 눈을 퍼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뜨거운 땡볕이 교도소 곳곳을 내리 쬐었다. 뜨거운 열기에 잡초를 뽑던 수감자들 대부분이 점프수트로 되어있는 옷을 벗어 상의 소매를 허리에 묶는다. 원칙상 그러면 안 되는 일이지만 무더운 햇볕 아래서 일을 하는 게 얼마나 고된지 알기에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의 탈의 정도는 눈을 감아주었다.
“어이, 선생. 샌님처럼 굴지 말고 벗는 게 어때? 보는 내가 다 덥다고.”
웬 놈이 잡초를 뽑던 아라타카의 옆구리를 치며 낄낄거린다. 자신을 놀리는 놈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지만 그런 아라타카의 목 뒤에는 땀이 연신 흐르고 있었다. 사실 아라타카도 될 수만 있다면 답답한 옷을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저 멀리서 자신을 진득하게 쳐다보는 에쿠보의 시선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자신한테 반할 준비나 하고 있으라던 에쿠보는 그 이후 아라타카를 희롱하는 짓을 그만두었다. 빅이 나가 떨어진 것만큼 기쁜 소식임에도 아라타카는 안심 할 수 없었다. 능글맞게 자신을 희롱하는 것을 그만둔 에쿠보는 대신 멀찍이서 아라타카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 눈빛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짐승의 것과 같았다. 단순히 아라타카를 한 번 어떻게 해보기 위해 놀리고 희롱하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에쿠보는 정말 진심으로 아라타카에게 흥미를 가졌다. 그것이 호모여서인지, 아니면 단순한 악취미인지는 모르겠다만 에쿠보는 아라타카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라타카는 살면서 한 번도 남의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잔뜩 받아야 할 나이에는 파양 당했었고, 사춘기 시절에는 골목에 숨어 남의 지갑이나 훔치는 좀도둑 일을 했었다. 관심을 받아봤자 보스와 빅의 끈적하고 더러운 시선이었으며 그 관심의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났다. 그래서 아라타카는 자신을 향한 에쿠보의 관심이 부담스러웠고 거북했다.
에쿠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인간이었다. 다른 수감자들과 잘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그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에쿠보는 늘 홀로 행동했다. 자신의 엉덩이를 노리는 놈들을 피해 혼자 다니는 아라타카하고는 확실히 달랐다.
“안녕?”
“뭐야.”
삼 일만에 듣는 익숙한 목소리에 아라타카가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어 에쿠보를 쳐다보았다. ‘혼자 밥 먹는 선생 모습이 너무 섹시해서 말이야’ 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인 에쿠보가 식판을 들고 아라타카의 옆에 앉는다.
“선생 애 좀 태워보려고 했는데, 어쩜 삼일 동안 나한테 눈길 하나 안 줄 수 있어?”
아라타카가 에쿠보의 말을 무시하며 얇게 채썬 감자가 둥둥 떠다니는 싱거운 국을 퍼먹는 것에만 집중하는데도 에쿠보의 나불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선생하고 많이 놀고 싶지만 요즘 내가 바빠서 말이야.”
“…….”
“걱정 마. 그래도 밤에는 늘 선생 생각으로 물 빼고 있어.”
이 새끼가 진짜! 결국 참지 못한 아라타카가 자리에서 소리치며 일어난다. 갑자기 난 큰소리에 수감자들을 지키고 있던 교도관이 눈을 부라리며 달려왔지만 에쿠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키들거리며 웃어만 댔다.
“어이, 거기 둘 떨어져 앉아.”
교관이 인상을 팍 구기며 말하자 에쿠보가 군말 없이 얌전히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잠깐 선생. 뭐 하나만 일러둘게.”
그리고선 교관 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아라타카의 귓가에 뭔가를 경고하듯 속삭였다.
***
아라타카. 생일 축하해.
뭐하니. 어서 초 불어야지.
양부모님이 상냥한 목소리로 식탁 한 가운데에 있는 케이크를 가리킨다. 아라타카는 잠시 내 생일이 언제였더라. 하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그들이 시키는 대로 생일 초를 불었다. 아라타카가 단번에 초의 불을 끄자 양부모가 짝짝짝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먹어 보렴, 네가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야.
양어머니의 말에 아라타카가 꿀꺽 입안에 침을 삼킨다. 언젠가 한 번 먹었던 케이크의 달콤함을 다시금 맛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라타카는 얌전히 양어머니가 케이크를 잘라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따듯한 색깔의 조명이 달려있는 부엌 식탁에 앉아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웬 어두운 골목길 위에 서있었다.
아라타카는 이 골목을 잘 알고 있었다. 따듯한 색의 할로겐 조명이 아닌 야릇하고 퇴폐적인 선홍빛의 조명이 마네킹과 같은 여자들 위에서 넘실거리는 곳.
마나미가 도망갔어.
가래가 낀 듯 탁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아라타카가 뒤를 돌았다. 그곳엔 자신이 죽인 보스가 서있었다.
썅년이. 내가 그렇게 잘 해줬는데 말이야.
보스가 천천히 아라타카에게 다가온다. 겁에 질린 아라타카가 덜덜 떨며 뒷걸음질 쳤지만 큰 보폭으로 걸어오는 보스를 피할 수 없었다.
나한테서 도망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보스가 아라타카의 목을 조르려는 순간 아라타카의 눈이 번쩍 뜨였다.
“허억…헉….”
숨을 몰아쉰 아라타카는 감방의 작은 베드에 누워있는 자신을 확인한 후 이마에 맺힌 축축한 식은땀을 훔쳐냈다. 아라타카가 꿈꾸는 행복을 보여준 후 가장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너무나도 지독한 악몽이었다.
“하.”
베드에서 일어난 아라타카는 자신의 손에 들린 성경을 보고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는다. 일을 끝내고 습관적으로 성경을 읽다 잠깐 잠든 것 같은데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악몽을 꾼 것이다. 그것도 성경을 읽다 말이다. 이럴 바엔 누구의 말대로 성인잡지를 읽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
기분 나쁜 찝찝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아라타카는 감방을 나왔다. 건물을 나오자마자 더운 햇볕이 세게 쏟아졌다. 그럼에도 수감자들은 얼마 없는 자유 시간을 누려보겠다고 운동장에서 바람 빠진 축구공을 차고 있었다. 아라타카는 좀 더 시원한 곳을 원하는 본능대로 그늘진 곳을 찾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작은 그늘 틈에 몸을 숨겼다.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아라타카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곧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여러 명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겠다만 소리는 아라타카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소각장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뭔가에 화가 났는지 그들의 대화는 무척 격양 되어있었고 심각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비밀이라도 말하는지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다. 그 탓에 그늘 틈에서 나갈 타이밍을 놓친 아라타카는 작은 그늘 틈에 몸을 숨기고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경찰이 어떻게 알고 거길 습격해?!”
“그야 나도 모르지.”
“보스가 알면 우린 죽은 목숨이라고.”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보스’라는 단어에 아라타카가 허억. 하고 숨을 삼킨다. 당연히 그들이 말하는 ‘보스’가 자신이 아는 그 ‘보스’는 아니겠다만 방금 꾼 꿈 때문인지 아라타카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잠깐. 지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
“뭐?”
설상가상 아라타카의 숨소리를 들은 건지 그들이 대화를 멈추었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왠지 이곳에서 대화를 엿들은 것을 들키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어쩌면 죽을지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리가 얼어붙어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눈을 질끈 감고 있자 누군가의 단단한 근육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소스라치게 놀란 아라타카가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등 뒤의 녀석이 한손으론 아라타카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른 손으론 입을 손으로 막고선 쉬이―. 하는 소리로 아라타카를 진정시킨다. 덕분에 아라타카는 비명을 삼킬 수 있었다.
“선생. 내가 당분간 마구 쏘다니지 말라고 경고했었잖아.”
그 익숙한 목소리는 에쿠보였다.
교도소란 공간은 대단해 보여도 수감자의 대다수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실상이다. 사기나 방화, 좀도둑질 등. 여러 경범죄로 인해 수감된 자들이 부지기수였으며, 살인이나 살인미수 등 중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 역시도 아라타카와 같은 우발적이거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중 소수만이 반사회적 성격으로 인해 살인을 즐기거나, 야쿠자와 같은 범죄조직의 일로 살아 있는 사람을 생매장 하거나 조용히 죽이는 것을 일삼는 자들이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소수를 중심으로 한 서열이 존재했다. 수감자 대부분은 등짝에 용이나 호랑이 한 마리 정도 새겨 넣은 이레즈미 문신을 한 자들의 눈치를 보며 생활했다. 아라타카 같은 경우는 살인죄가 적용되어 들어오긴 했으나, 자신을 강간하려고 했던 남자를 우연찮게 죽이게 되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거의 서열 맨 밑바닥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에쿠보는? 아라타카는 에쿠보가 끽해 봐야 폭행죄 비스무리 한 것으로 수감 됐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선생. 내가 당분간 마구 쏘다니지 말라고 경고했었잖아.”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아라타카는 직감적으로 에쿠보가 소각장에서 떠드는 무리의 뒤를 캐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들으면 안 되는 대화, 그리고 그 대화를 캐고 다니는 에쿠보. 아무리 간 큰 녀석이라도 야쿠자의 비밀얘기 같은 걸 훔쳐 듣지 않는다. 거기다가 웃는 낯짝으로 스패너를 들고 빅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기억도 떠올랐다.
에쿠보는 끽해 봐야 폭행죄로 수감된 자가 아닌 게 분명했다.
“너, 너 정체가 뭐야?”
“무슨 소리야?”
에쿠보의 도움으로 건물 틈에서 벗어난 아라타카가 불안한 표정으로 에쿠보를 쳐다보며 묻자 에쿠보는 이해 못 하겠다는 뜻으로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인다.
“뭐냐고 너.”
아라타카가 다시 한 번 묻자 실실 웃어 보이기만 하던 에쿠보가 짐짓 표정을 굳히며 천천히 입을 연다. 그런 에쿠보의 입에서 엄청난 말이 나올 것만 같아 아라타카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고 말았다.
“정의의 사도.”
불의의 사고로 본의 아니게 남을 죽이게 되어 살인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아라타카는, 이젠 농담이라도 남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거라 결심했건만. 하하하 웃으며 벌써 저 만치 걸어가는 에쿠보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죽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
에쿠보와 가까워지는 건 싫었지만 그럴수록 에쿠보에 대한 아라타카의 관심은 더욱 더 커져만 갔다. 일단 아무도 그의 죄목을 모른다는 점이 가장 미스테리였다. 야쿠자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게 굴며 몸을 사렸고, 아니라고 하기엔 그의 행동에서 의문인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에쿠보와 친한 수감자가 있다면 그에게 뭐라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며칠 간 관찰한 결과, 안타깝게도 에쿠보와 가장 많이 대화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아.”
식판 위 말라비틀어진 모양새의 시금치를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생각에 빠져있던 아라타카가 뭔가 떠올랐는지 가벼운 탄성을 내뱉는다. 어제 엿듣게 된 짧은 대화가 생각난 것이다.
‘경찰이 어떻게 알고 거길 습격해?!’
‘그야 나도 모르지.’
‘보스가 알면 우린 죽은 목숨이라고.’
대화 내용으로 짐작해 보았을 때 그들은 아마 야쿠자와 같은 조직의 일원일 것이고 경찰이 습격했다고 하니 아마 누군가 밀고를 한 듯싶었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 배신자가 있다는 뜻인데….
“선생, 너무 뜨거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거 아니야?”
분명 저 멀리 앉아있던 에쿠보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자 아라타카가 화들짝 놀라며 옆을 쳐다보자 에쿠보가 특유의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대체 이 새끼는 정체가 뭐길래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봐?”
“흐음….”
아라타카가 감정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에쿠보의 얼굴을 곰곰이 뜯어본다. 왠지 녀석이라면 조직이고 나발이고 눈 하나 깜짝 하지도 않고 배신 할 거 같기도 하다. 에쿠보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자 아라타카는 어느 정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길지 않은 인생동안 별별 일을 다 겪은 아라타카에게 야쿠자 똘마니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가 에쿠보가 정말 조직의 배신자가 맞다면 그가 위험한 건 에쿠보였지 자신은 전혀 상관없는 일일뿐이다.
아라타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비켜.”
식사를 다 한 아라타카가 식판 위에 남은 음식을 한쪽으로 모아 식판 반납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제 앞에 서 있는 에쿠보가 앞을 비켜주지 않는다. 비키라고. 뭐하자는 건가 싶어 아라타카가 인상을 구기며 한 번 더 말했지만 에쿠보는 움직이지 않았다.
“선생. 큰일이 났어.”
“큰일이고 뭐고 간에 내 알 바 아니니까 비켜.”
“어제 녀석들이 선생을 찾는 거 같은데도?”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에쿠보의 말에 아라타카가 숨을 훅 내뱉으며 소리치고서 주위의 눈치를 보더니 금세 목소리를 낮춘다.
“아무래도 어제 거기 있던 녀석들 자세히는 몰라도 야쿠자와 관련 있는 녀석들인가봐. 어제 오후 세 시쯤 소각장 근처에 있었던 놈들은 다 자진신고 하라던데?”
“나, 난 모르는 일이야!”
“선생, 어제 거기에 있었잖아.”
아라타카는 당황한 나머지 ‘자진신고는 네 녀석이 해야 하잖아!’ 하고 소리 지를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아무래도 에쿠보가 자신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울 요량인 것 같아 몹시 당황스러웠다.
“너도 같이 있었잖아.”
“응. 그런데 난 아무 것도 못 들었다구?”
“…….”
아뿔싸 싶었다. 실제로 저들이 찾는 건 ‘어제 소각장에서 대화를 훔쳐 들은 자’ 였고 그것은 자신이 분명했다. 혹여 누군가 그 시간에 건물 뒤로 가는 자신을 봤다고 말하기만 하면 자신은 홀랑 덤터기에 씌워져 쥐도 새도 모르게 교도소 운동장에 생매장 당할지도 모를 노릇이다. 지금 가서라도 ‘저기 양 볼에 보조개 깊은 저 놈이 배신자예요! 저는 아무 상관없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찌만 조직 내 배신자가 있다는 걸 자신이 안다는 사실부터 그들에겐 의심을 살 것이 분명했고, 에쿠보가 배신자라는 것이 분명한 물증적인 증거가 없었다.
씨팔….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되자 아라타카의 입에서 욕이 절로 흘러나온다. 잠자리, 먹을 거 걱정 없는 안락하기 그지없는 교도소에서 이제 빅도 가만히 있겠다 발 뻗고 자려고 하자 또 다른 불운이 닥쳤다.
하하하. 해탈한 듯한 아라타카가 허탈한 웃음을 내뱉자 에쿠보가 아라타카 손에 들린 식판을 빼앗듯이 가져가더니 대신 식판 반납대에 반납하고 온다. 그리고선 위로라도 하는 건지 아라타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도닥인다.
“걱정 마 선생. 내가 도와줄게.”
“……?”
“좆 되기 전에 먼저 족치면 되는 거야.”
***
녀석들 조직은 신종 마약을 팔고 있어. LSD를 변형한 신종 환각제인데 코카인 맞먹는 중독성과 환각에 아주 잘 팔리는 물건이지.
윙-윙- 큰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세탁기 때문에 에쿠보의 말이 묻히는 걸 아라타카가 겨우겨우 캐치해낸다. 비밀 얘기를 하려면 적어도 소각장이 아닌 이런 곳에는 와야한다는 에쿠보의 말대로 수많은 수감자들의 수감복을 세탁 중인 세탁실은 미친 듯이 요란스러웠다. 그 덕에 듣는 사람의 정신도 요란스러워졌지만 말이다.
“잘 팔리는 만큼 질도 나쁜 녀석인데, 요즘 나라에선 이거 잡겠다고 혈안이야. 윗대가리를 잡아야하는데, 잔챙이들도 지들 보스가 누군지 몰라. 그게 문제야.”
에쿠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아라타카는 이 녀석이 조직의 배신자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디테일하게 자신에게 설명 해 줄 수가 없다. 녹음기라도 있으면 녹음해서 에쿠보가 배신자라는 증거를 잡을 텐데 그럴 수가 없어 아라타카는 통탄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 나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자신의 목소리가 세탁기에 묻히지 않게 아라타카가 에쿠보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마약이고 뭐고 난 하나도 모른단 말이야!
“보스를 찾아.”
“뭐? 무슨 수로?!”
“분명한 건 조직 보스가 이곳에 있다는 거야.”
하―! 아라타카가 어이가 없는지 허탈한 웃음을 내뱉는다. 제 엉덩이를 노리던 보스를 제 손으로 죽여 버린 지 반 년 전. 이제는 다른 보스를 찾아 죽고 싶지 않으면 먼저 족쳐버리라고 한다.
제일 슬픈 건 교도소 내 서열 제일 밑바닥인 아라타카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에쿠보와 손 잡을 수밖에.
빅이 부활했다. 아니, 죽었던 것은 아니지만. 화장실 탕비실에서 거시기를 세우고 머리가 찢어진 채로 발견된 후로 잠잠했던 빅이 다시 아라타카에게 추근거리기 시작했단 얘기다. 예전처럼 거시기를 얼굴에 들이밀지는 않았지만 빅은 아라타카가 지나갈 때마다 아라타카의 엉덩이를 슬쩍 주물거리며 무리와 낄낄거렸다. 머리가 터져 수십 바늘을 꿰맸어도 그의 언사는 여전히 단순하고 천박하고 저질이었다.
“새로운 서방님 맛은 좋든?”
무슨 개소리야. 빅의 말에 아라타카의 인상이 구겨진다. 이곳에서 시비가 걸리는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마는 이런 식의 희롱은 들을 때마다 기분이 구린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라타카가 할 수 있는 건 무시뿐이었다. 똥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지만 빅은 더럽기도, 무섭기도 한 아주 무서운 똥이었다.
어이, 선생. 대답 안 해? 빅의 말을 아라타카가 애써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하자 빅이 아라타카의 손목을 낚아챈다. 무식하게 힘만 쎈 빅의 악력에 아라타카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선생 요즘 보조개 깊게 파인 그 형씨랑 붙어 다니던데 말이야.”
“네 알 바 아니잖아.”
“아니긴 왜. 곧 구멍동서가 될 사이인데.”
씨발새끼.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겨우 꾹꾹 참아 삼켰다. 저 뒤통수를 다시 한 번 터트리고 싶었지만 그러기 전에 자신이 빅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 것이다. 아마 운 좋으면 타박상, 운 나쁘면 아라타카가 죽인 보스처럼 머리를 부딪쳐 사망 할 수 있겠지. 아라타카는 머릿속으로 빅의 머리를 몇 번이고 터트리는 상상을 하며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 에쿠보라고 하는 녀석, 힘도 못 쓰게 생겼는데 말이야. 괜찮은 거야?”
“…….”
그 힘도 못 쓰게 생긴 놈에게 자신의 뒤통수가 터진 것도 모르는 채 열심히 떠들어대는 꼴이 웃겼지만 계속 빅을 상대하고 싶진 않았다. 빅이 쥐고 있는 자신의 손목을 다른 손을 이용해 억지로 힘을 주어 빼낸 아라타카가 빅을 피해 서둘러 자리를 옮긴다. 안 그래도 자신을 찾는 야쿠자 무리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한동안 잠잠했던 빅이 다시 추근거리니 관자놀이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좆 되기 전에 먼저 족치면 된다던 에쿠보는 그 날 이후로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말만 따르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마냥 굴더니만 막상 아무 것도 하지 않자 아라타카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뒷골목에서 살았다고 해도 야쿠자와 좀도둑 사기꾼은 사는 세계부터가 다르다. 아라타카는 살아남기 위해 남의 지갑을 훔쳤고, 그들은 그저 자신의 지위와 영역을 지키기 위해 살인과 범죄를 일삼는 자들이었다. 평탄하진 않지만 그래도 위험하지 않게 사는 게 꿈인 아라타카에게 야쿠자 무리의 보스를 찾으라는 것은 그냥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아라타카는 그 누구보다 삶의 의지가 강했다. 아무리 시궁창 같은 인생이지만 아라타카는 어떻게든 살아왔다. 착한 아이인 것처럼 굴어도 보았고, 남의 주머니에서 지갑도 슬쩍했으며, 본의는 아니었다만 사람도 죽였다. 지지리도 운 없고 박복한 인생에서도 아라타카는 살기위해 몸부림쳤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얼굴도 모를 어미에게 버려졌을 때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차디 찬 겨울 새벽에 미친 듯이 울어댔다고 들었다. 인생은 쓴 맛이 다 하면 단 맛이 오는 고진감래라더니. 자신은 대체 언제까지 씁쓸한 맛만 맛 볼 것인지 괜히 서러워졌다.
***
기도 합시다. 목사의 목소리가 교도소 내 작은 강당에 가득 울려 퍼졌지만 그 소리에 집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목사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꾸벅꾸벅 졸기 일수다. 일주일에 한 번 수감자 교화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종교 프로그램은 그저 수감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점심 노역을 땡 깔 수 있는 시간일 뿐이었다. 목사 역시 교화의 목적보다는 ‘자신은 그냥 할 일만 할 뿐이다.’ 라는 느낌으로 혼자 떠들고 있었다.
아라타카 역시 초반 예배에 집중한다 싶더니 이내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었다. 한참 졸고 있던 아라타카가 잠에서 깬 것은 에쿠보때문이었다. 언제 제 옆에 앉은 건지 에쿠보가 갑자기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를 찌르는 바람에 아라타카가 숨을 헉 하고 들이마시며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깬다. 뭐 하는 거야? 아라타카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에쿠보에게 속삭이자 에쿠보가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한다.
“안녕 선생? 아침부터 신앙심 만땅이네?”
아라타카는 대답을 하는 대신 목사의 말에 집중하는 척 하기로 했다. 아라타카가 자신을 무시하자 에쿠보는 신앙이라고 전혀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아멘’ 하고 목사의 말을 따라하더니 엉덩이를 좀 더 아라타카의 옆쪽으로 붙인다. 달라붙지 마. 아라타카가 말하자 에쿠보가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고서 아라타카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교도소 내에서 신종 LSD가 거래 된다는 소릴 들었어.”
능글맞기만 했던 에쿠보의 목소리가 짐짓 진지해졌다. 에쿠보의 말에 아라타카가 슬쩍 주위를 둘러본다. 예상 했듯이 수감자 대부분은 평화롭다 못해 지겨운 예배시간에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아무리 시설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24시간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 안에서 마약 거래가 있을 수 있다니. 아라타카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내보이자 다시 조용히 속삭인다.
“내 생각엔 신종 LSD가 여기를 거쳐서 밖으로 유통되는 거 같거든.”
에쿠보의 말은 이러했다. LSD를 변형한 신종마약을 파는 어느 야쿠자 조직이 마약거래를 경찰에게 숨기기 위해 자신들의 보스를 교도소에 숨겨 놓고서 교도소 밖으로 신종 LSD를 은밀하게 유통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에쿠보는 아라타카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번 거래 중간에 문제가 생겨 경찰이 현장을 습격했고, 덕분에 조직 내 밀고자로 선생이 찍힐지도 모른다는 소리지.”
그제야 아라타카는 좆 되기 전에 먼저 족치라는 의미를 완전히 이해했다. 이곳에 숨어있는 야쿠자 보스를 찾아 경찰에게 넘기자는 것이다. 할 말을 다 끝낸 건지 에쿠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예배 중에 혼자만 벌떡 일어났지만 기도문을 외던 목사만 슬쩍 에쿠보를 쳐다봤을 뿐 아무도 에쿠보에게 무어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상한 놈 없는지 선생 주위를 잘 살펴 봐. 아-멘.”
에쿠보가 엉망진창으로 성호를 긋고서 강당을 떠난다. 덕분에 몰려오던 잠이 확 깬 아라타카가 어이없는 투로 중얼거렸다.
“이건 개신교 예배라고….”
개신교 예배자리에서 성호를 긋다니. 아무래도 교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예배는 실패가 분명했다.
에쿠보 말대로 보스를 잡으려면 이 안에서 마약 거래현장을 잡아내야 했다. 약의 출처를 알아내면 숨겨진 보스의 정체도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거란 말에 아라타카는 요즘 어딜 가든 주위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나 교도소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마약 거래현장을 쉽게 목격 할 리가 없었다.
“선생, 이따 나 좀 보자고.”
저녁을 먹는 아라타카의 머리 위로 빅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저를 들던 아라타카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빅이 자신을 따로 부른 일은 꽤 됐지만 이번엔 어떠한 기시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이, 신참. 이따 나 좀 보자고.
이곳에 입소한지 며칠 안 되었을 때, 자신과 함께 다니던 왜소한 남자를 부르던 그 목소리가 지금과 겹쳐 들렸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아라타카가 고개를 떨군 채 대답하지 못 하자 빅이 히죽 웃으며 다시 한 번 아라타카를 부른다.
“내가 선생을 위해 좋은 걸 준비했다구”
***
빅이 자신을 불렀지만 식사를 끝낸 아라타카는 자신의 감방으로 들어왔다. 빅에게는 가지 않기로 했다. 다시 한 번 빅의 거시기를 빨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자신의 육감이 가면 안 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딱딱한 베드에 앉아 불안함에 손톱만 잘근잘근 깨물며 빨리 저녁 노역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차라리 에쿠보라도 있었으면 이 불안하고 찝찝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환기 시킬 수 있을 거 같은데, 매일 뺀질나게 나타나던 에쿠보가 오늘은 웬일인지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 아라타카는 하릴 없이 잡지 한 권을 들었다. 며칠 전 에쿠보가 두고 간 성인잡지였다. 잡지에는 헐벗은 여자들이 다리를 벌리며 야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함이 가증되어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그 때 아라타카의 뒤에서 철제문이 끼익 하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에쿠보인가 싶어 반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라타카는 상대가 자신의 명치 쪽을 가격해 느껴지는 통증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기절했다.
“으으….”
눈을 떴을 때는 익숙한 곳이었다. 화장실 탕비실. 정신을 차린 아라타카가 윽윽. 거리며 헛구역질을 해댄다. 명치를 맞은 탓에 토기가 몰려온 탓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오지 않자 자신을 기절시켜 여기까지 끌고 온 듯싶었다. 어쩜 데리고 와도 화장실 탕비실이라니. 스패너에 뒤통수를 맞고 쓰러진 장소에 다시 오고 싶을까. 빅의 단순함에 아라타카는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혀를 내두를 수 있는 여유도 잠깐뿐이었다.
아라타카는 몇 번이나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몇 번 실패하고서야 자신의 몸이 뭔가에 묶여있는 것을 깨달았다. 수감자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교도소에서 밧줄과 같은 로프 종류를 구할 수 없었는데, 빅이 자신의 점프수트 상의를 벗겨내려 팔 부분을 뒤로 해 손목을 묶어버린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빅이었다.
“아, 선생. 일어났어?”
“뭐야…. 풀어줘.”
“안 돼. 내가 좋은 걸 준비했다고 했잖아.”
빅이 묶인 채 누워있는 아라타카 앞에 허리를 쭈그리고 앉는다. 거대한 덩치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짓누를 거 같음에 아라타카는 두 눈을 꾸욱 감았다. 입 벌려. 살짝 화난 듯한 빅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 자신의 입아귀가 빅의 큰 손에 붙잡혔다.
“아으으….”
턱 뼈를 부셔버릴 듯한 손힘에 아라타카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살짝 열린 입 틈으로 빅의 두꺼운 손가락 두개가 들어왔다. 마치 펠라치오를 하는 것 마냥 아라타카의 입안 구석구석을 손마디로 문지르는 빅의 행동에 아라타카가 몇 번이고 욱욱거리며 헛구역질을 했지만 빅의 손가락은 몇 번이고 아라타카의 입 안을 희롱했다. 그리고선 작은 알약 하나를 아라타카의 혀 위에 올려놓고서 그것을 손으로 문지르며 혀 위에서 녹게 만든다.
“기다려, 선생. 뿅 가게 해줄테니까.”
아라타카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에쿠보가 말하는 신종마약인 것을 눈치 챘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파양 당한 후 뒷골목 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라타카는 보스가 하던 본드를 해본 적이 있었다. 순전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본드를 마시고 얼마 안 있어 앞이 어질어질하다 싶더니 보이는 모든 것들이 울렁거리면서 머릿속이 멍해졌다. 마치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본드가 주는 환각 증세에 한참을 정신 못 차리고 있던 아라타카는 갑자기 치미는 구토감에 몸을 수그려 토를 했다. 옆에서 그 모양을 지켜보던 보스는 구토를 하는 아라타카의 등을 두들겨 주기는커녕 얼간이라며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한껏 토를 한 후에야 정신을 차린 아라타카는 대체 보스는 이 끔찍한 걸 왜 하는 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 아라타카는 호기심으로 본드라든가 가스에 손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본드가 보여주는 환각은 애교에 불가했다. 약 기운이 몸에 퍼지기 시작하자 유체이탈을 하면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 아라타카의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붕붕 뜨더니 이상하게 기분이 들뜨기 시작한다. 덕분에 아라타카의 입가에 히죽히죽 웃음이 새어나왔다. 무중력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어때 선생. 이거 비싼 거라구.”
몸에 근육이 없는 사람인 마냥 흐느적거리는 아라타카의 몸을 빅이 안아 올린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혐오감에 아라타카가 몸을 내빼려보려고 했지만 마음과 달리 한껏 녹아내린 몸은 아라타가를 마치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굴게 만들었다.
“흐응.”
작은 자극에도 아라타카의 입에서 콧소리가 절로 나온다. 항상 발톱을 세우고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처럼 굴던 아라타카의 모습만 보다가 약의 힘으로 고분고분해진 모습을 보니 빅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처음 노린 것은 아라타카와 함께 다니던 왜소한 녀석이긴 하다마는 빅은 처음부터 아라타카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절대 호모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빅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아라타카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아라타카는 이곳에는 안 어울리는 도련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아라타카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결코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왔음 알려주었다. 그래서 더 눈에 띄었는지도 모른다.
“으으, 흐응.”
“이제 좀 몸이 달아?”
“닥…쳐어.”
빅의 말이 아라타카의 머리에서 웅웅 된다. 약이 지배하는 정신은 끔찍하면서도 황홀했다.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 빅만 아니었다면 제 몸을 온전히 맡겼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라타카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에쿠보 같은….
“아…. 씨발.”
순간적으로 에쿠보의 얼굴을 떠올린 아라타카가 작게 욕을 읊조린다. 아무리 약을 먹었다지만 남자에게 안겨도 좋다는 생각을 하다니. 최악이었다.
머리가 빙빙 도는 와중에도 자기혐오에 머리를 앞뒤로 세차게 뒤흔든 아라타카의 몸이 빅의 품에서 무너진다. 빅은 그런 아라타카의 몸에 발딱 선 중심을 비벼대며 헉헉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아라타카의 상의를 허리 아래까지 끌어내린 빅이 아라타카의 속옷에 손을 집어넣는다.
“미친. 하지, 마. 아아-”
개미 수십 마리가 성기에 기어가는 듯한 느낌에 아라타카가 몸을 움츠린다. 하지만 약은 그마저도 쾌락으로 만들어 아라타카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아라타카는 여기서 그 동안 힘들게 지켜오던 엉덩이의 정조를 빼앗기는 것보다 자신을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에 미칠 거 같았다.
“헉헉, 선생. 선생도 좋지 응? 이번엔 정말 넣을 거야.”
“안 돼….”
너치 마아―. 잔뜩 뭉개진 발음으로 말해봤자 아무런 위력이 되지 못했다. 아라타카의 눈앞이 점점 더 형형색색으로 물들면서 요동친다. 흐려지는 시야의 초점을 맞춰 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
아라타카가 간신히 흐린 눈의 초점을 맞추는 순간 빅의 뒤에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에쿠보였다.
에쿠보는 언젠가 처럼 팔짱만 낀 채 아라타카를 관전하고 있었다. 아라타카는 에쿠보에게 구경만 하지 말고 도와줘 씹새끼야. 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가 않아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뒤늦게 아라타카와 눈이 마주친 에쿠보는 씨익 웃으며 입을 뻥긋거리며 아라타카에게 뭔가를 말했다. 금방이라도 훼까닥 할 것만 같은 정신이었지만 아라타카는 있는 힘을 다해 천천히 에쿠보의 입술을 읽어냈다.
약
의
출
처
‘약의 출처를 물어봐’ 빅이 자신에게 먹인 약의 출처를 물어보라는 뜻인 거 같았다. 그 순간 빅이 아라타카의 다리를 벌리고 거무죽죽한 거시기를 엉덩이에 들이대려고 하고 있었다. 아라타카는 아마 자신이 살면서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짜내어 귓가에 헉헉거리는 빅의 얼굴을 밀어내며 외쳤다.
“약, 이 약 어디서 샀어―!”
“약? 빅캣에게서 샀는…헉. 넌 뭐야?!”
빅이 대답을 하자마자 에쿠보가 빅의 어깨를 잡아끌어낸다. 덩치로 보면 빅의 덩치가 훨씬 더 큼에도 불구하고 에쿠보는 아주 손쉽게 빅을 아라타카의 위에서 끌어내렸다. 당황한 빅이 피가 몰려 시뻘건 얼굴로 씩씩거렸다. 그 모습이 언젠가 절에서 봤던 도깨비와 비슷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빅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가볍게 피한 에쿠보가 갑자기 표정을 굳힌다. 그러더니 곧 퍽하고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라타카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기력을 다한 몸의 정신은 약기운과 함께 몽롱한 저 세상으로 떠나고 있었다. 뒤이어 몇 번 더 퍽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에쿠보의 중얼거리는 혼잣말이 들려왔다.
“아. 이 몸, 매번 왕자님처럼 등장하는 거 아니야?”
***
아라타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교도소 내 의무실 베드 위였다. 아직 약간의 약 기운이 남았는지 아라타카는 마치 꿈을 꾼 거 같이 몽롱함을 느꼈다. 정신은 차렸으나 조금 더 쉬는 것이 좋을 거 같아 베드에 다시 눕는데, 몇몇이 의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본의 아니게 잠든 척을 하게 된 아라타카는 또 한 번 누군가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그리고 곧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튼 대충 출처를 알아냈으니 잘 살펴봐. 현장을 덮치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 녀석은 어떻게 할까요.”
“죽든 말든 내 알바 아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지 패실 필요가….”
“뭐?”
“아, 아닙니다.”
대화가 끝났는지 끼익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아직 한 명은 나가지 않았는지, 아라타카는 누워있는 자신의 위로 쏟아지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분을 그러고 있었을까. 다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실눈을 떠 모두가 나간 것을 확인한 아라타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들은 대화의 맥락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쿠보가 왜 교관들과 저런 대화를 나누는 거야?!